꿈이야기

기억에 남는 꿈(1) - 가장 오래된 꿈

팔공산달밝은밤에 2024. 12. 20. 23:21

자기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써보는 오래된 꿈 메모

 

내가 기억하는 젤 오래된 꿈은 무엇일까.. 예전에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후보가 두 개로 추려진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추측컨대 둘 다 4살~6살 사이에 꾸었던 꿈이고 엄청 어릴 때지만 선명하게 남아서 아직도 꿈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라는 거..

 

1.

우리 외할아버지는 내가 두살 때 돌아가셨는데 당연히 뵌 기억은 없고, 돌아가신지 좀 지나고서는 산소가 있는 추모공원 시멘트 계단을 오르거나 풀밭에서 메뚜기를 잡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죽음의 의미도 몰랐고 맛있는 것도 많았고 친척들도 많이 만나니까 나한텐 오히려 마냥 즐거운(?) 장소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ㅋ

 

내려올 때 가끔 어른들이 양쪽에서 한손씩 잡고 번쩍 들어서 읏샤~ 하고 계단을 몇 칸씩 내려다주곤 했는데 그게 또 되게 재밌었나보다. 그래서인지 그곳 묘역을 신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산중턱에서 아래쪽으로 뛰어가는데 축지법을 쓰듯이 먼거리를 한번에 뛰어내릴 수가 있었고

다시 산위로 뛰어오를 때도 봉봉(트램펄린)을 밟듯이 몸이 가볍게 날아올라서 정말 신나는 꿈이었다

 

다만 실제랑은 다르게 산 전체에 봉분이 거의 없었고 실제보다 몇배 더 큰, 선명한 연두색으로 덮힌 봉분 서너 개 정도만이 드문드문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처음엔 그렇게 마음대로 되던 점프가 점점 힘을 잃기 시작하더니 꿈 후반부에는 현실에서처럼 거의 뛰어오를 수 없게 되어버려 아쉬웠던 꿈... 

 

이 꿈이 인상깊었는지 학교에 입학한 후 아마도 '꿈'을 주제로 한 미술시간에 그려서 내용설명을 발표까지 한 덕분에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할 수 있는 것 같다. 요게 가장 오래된 꿈 후보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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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록 묘지가 배경이지만 밝고 신나는 1번 꿈과는 달리 2번은 악몽..;;

 

안방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꿈이었는데 방이 붉은 전구하나 켜놓은 것마냥 어두웠다. 그 장난감은 당시 내 손바닥보다 작은, 다리랑 목이 접히는 단순한 빨간색 사자로봇이었는데 꿈에서 신기할 정도로 실제 모양이랑 똑같이 나왔다. 아니 꿈 전체가 그냥 현실이랑 구분이 안될 정도로 선명했다고해야할까

 

실제와 다른 점은 방의 북쪽에 원래는 없는 또 다른 방이 하나있었고 그 방 역시 어둡고 붉은 조명이었는데 어머니께서 앉아 뜨개질을 하고 계시는게 보였다

 

장난감을 손에 쥔채로 엄마를 부르며 그 방으로 넘어가려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양팔을 붙잡더니 뒤로 확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무서워서 발버둥쳤지만 도저히 그 힘을 뿌리칠 수가 없었고 울먹이면서 엄마를 목놓아 부르는데 바로 눈앞인데도 전혀 들리지 않으시는 듯 계속 뜨개질만 하셨다. 

 

눈을 떴을 때 심장이 마구 쿵쾅거리는데 처음엔 그게 꿈이라는 걸 인식못했을 정도로 너무 생생했던 것 같다. 무서워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고 그나마 다행히도 옆에 자던 형이 있어서 끌어안고 발가락 하나 이불 밖으로 나갈 새라 움츠린 채로 떨다가 어느순간 다시 잠이 들었던 거 같다

 

이 꿈도 참 오래됐지만 잊히지 않는... 어쩌면 가위눌림 비슷한 느낌? 

아 생각해보니 가위눌림에 대해서도 한번 써봐야겠다. 기억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네ㅋ

 

암튼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오래된 꿈 두개를 한번 써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