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꿈(3) - 7단 가위눌림
야간 알바 마치고 와서 씻고 자려고 누웠지만 눈이 말똥말똥.. 아침 햇살을 보니까 문득 예전에 '꿈 속의 꿈'과 관련해 쓰려다 말았던 7단 가위눌림썰이 떠올랐다. 문제는 기억나는게 일부분 뿐이라는거..
싸이블로그에 상세히 남겨놨었지만 싸이월드가 망해버리고 일기가 사라져버린 탓에 다시 찾을 길이 없다. 다른 사람들 보다 꿈을 많이 꾸는 편인 나에게도 엄청 특이했던 경험이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 같았는데.. 16년? 넘게 지나고 나니까 이런 기억조차도 소실되는구나. 일단 떠오르는 부분만 써야겠다. 나중에 생각날 수도 있으니
=================
-당시에 대학을 졸업하고 1년정도 학교근처에서 친구랑 같이 자취하면서 시험을 준비했었다. 월세는 싸면서 넓은 방을 찾다보니 당시 기준으로도 이미 한참 낡은 원룸이었고 장점은 원룸치고 진짜 넓었고 채광이 아주아주 좋았으며 학교 출입문 바로 근처라 도서관을 오가기에도 편리했다. 거기에 주변에 지인들이 많이 살아서 심심하진 않았.. 지만 덕분에 시험은 망.. ㅠ
암튼 원룸임에도 넓은 베란다가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 바깥공기를 쐬고 있을라면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내려다 볼 수도 있었다. 근처에 사는 지인들도 종종 보여서 인사를 하거나 '빨리 뛰어! 지각이다!!! ㅋㅋㅋ'하는 식으로 문자를(카톡이 없었음) 보내기도 했었다.
1단.
그날도 아침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일어나 베란다에가서 잠을 깨우는데 아랫길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친구도 일어나있길래 나도 도서관에 갈 준비를 하려고 책도 챙기고 대화도 한참 나누었는데.. 그게 꿈인 것이었다. 그리고 꿈인 걸 인지하는 순간, 가위에 눌려버렸다
2단.
하지만 이미 가위눌림의 생물학적인 메커니즘(?)도 들어서 대충 알고 있었고, 푸는 요령도 나름 터득하고 있던지라 여유롭게 가위를 풀고 일어났다. 다시 또 햇살이 내려쬐는 원룸 방이었고, 물을 마시려고 주방(원룸답지 않게 미닫이 문이 달린 나름 넉넉한 조리공간도 있었다)으로 걸어갔는데..
그것역시 또 꿈이었고 눈을 뜨자 이번엔 깜깜한 밤, 내 자리에 누워있었고 그대로 가위에 눌려버렸다.
3단.
그런데 이번엔 세게 눌렸는지 잘 풀어지지가 않아서 한참을 낑낑대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힘을 짜내어 소리를 질렀는데 원래는 가위눌린 상태에서는 '끄으윽..' 이런식으로 소리가 잘 안나와야하는데 아주 우렁차게 '으아아아아아악!!!'하고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옆에서 자던 친구가 깜짝놀라 일어나서는 나를 흔들며 괜찮냐고 물었다. 친구가 흔들어줘서인지 스르륵.. 하는 느낌과 함께 가위가 쉽게 풀렸고 나도 몸을 일으켜서 '어우.. 가위눌렸네' 라고 고개를 흔드니까 친구가 '시험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런가보다'라고 얘길했고 나는 웃으면서 '아 근데 꿈이 너무 생생하다 진짜 같더라'라고 말을 했... 는데 그 상태에서 다시 꿈에서 깨면서 가위가 눌려버렸다.
4단.
이번에 깼을 때는 다시 또 아침이었고, 안되겠다 싶어서 선물받은 성수(성당을 열심히 다니던 시절..같이 살던 친구도 같은 성당)병을 찾아 성수를 칙칙 뿌리며 마음의 평화를 구했다. 이후에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성수를 뿌린 것조차 꿈이었고 다시 한번 더 가위에 눌렸던 걸로 기억한다
...이 다음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당시 일기에는 써놓고 나니 일곱번 정도 되길래 '7단 가위'라고 제목을 썼다.
신기한건 보통 꿈에선 공간이 어느정도는 변형돼서 나오고 전체적으로 의식의 흐름따라 이상한 전개로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날은 평소의 내 시선 그대로, 방안의 모습이 실제랑 너무 똑같았고 친구랑 대화도 한참 나누고 의식도 또렷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3단 눌리기 전, 친구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괜찮냐고 물었던 장면은 꿈인지 진짜인지 너무 헷갈려서 친구에게 물어봤지만 자기는 전혀 그런적이 없다는 것이다;;;
음..
이때 내가 일기 쓴 걸 보고 다른 성당친구가 자기전에 '모든 어두움으로부터 저희를 지키시고..' 라는 짧은 기도문을 보내줬는데 성당을 안나가는 지금도 자기전에 친구가 가르쳐준 기도를 종종 드리곤 한다. 그 뒤로는 신기하게도 가위눌림이 거의 드물어졌고, 가위눌림이 잦던 시절엔 공통적으로 스트레스가 유독 심했던(군입대 or 큰 시험을 앞둔) 때 였다는 것과 기도문 하나로 가위 눌림이 확 줄어든 걸 보면 심리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
글 쓰고 나니까 드디어 졸린다..
밝은 아침 햇살을 보니까 당시 꿈이 떠올라서 한 편 써봤는데 설마 이게 또 꿈은 아니겠지?-_-
피곤하다.. 퇴고는 나중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