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9. 08:18ㆍ소소한 잡담
야간에 일을 하면서 흐트러진 생활리듬 맞추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냥 새벽에 눈이 떠져버리니.. 게다가 하루밤새면 이틀은 죽는다는 다듀의 노래 '고백' 처럼 며칠을 비실비실 하게 됨이 슬프다.
잊고 있었지만 고백 노래 가사중에 스물여섯번째 미역국을 삼킨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한창 이 노래 들을 당시에 내가 딱 스물 여섯살이긴 했다.. 고작 스물여섯도 다 늙었다고 한탄하던 시절-_-
눈떴는데 잠이 안와서 그냥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유툽 알고리즘에 문득 임요환vs임성춘 스타 경기가 뜬걸 봤다. 안그래도 지난주 친구 어머님이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같은 병으로 투병중인 임성춘 해설을 떠올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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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크레지오닷컴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99년? 00년? 암튼 스타크래프트가 대한민국에 광풍처럼 몰아쳤다가 살짝 잠잠해질락말락하던 무렵 재밌게 경기하는 화제의 선수가 있다는 소문이 들렸고 난 그냥 PC방에서 친구들이랑 무한맵하는 재미로 스타를 했지 따로 방송경기를 볼만한 여건이 안돼서(집에 케이블이 안나왔음) 대충 임 머시기??? 하는 선수가 잘한다더라 정도만 알고 있었다
집에 초고속 인터넷으로 두루넷(!)을 갓 깔아서 쓰기시작했을 무렵 크레지오닷컴에 스타 vod가 몇 개 올라와있는 걸 발견했다. 당연히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저화질이어서 겨우 유닛 형체만 구분되는 영상이나마 꾸역꾸역 보려고 애썼는데.. 사이트도 너무 느리고 컴퓨터도 꾸진 탓인지 버퍼링때문에 힘들어서 많이는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뜻 들었던 임 머시기 선수 경기만 골라보기로 마음먹고 영상목록을 뒤적였다(뒤적이는 것 조차도 컴터가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ㅋ)
내가 친구에게서 들었던 그 임머시기 선수의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상황에서 임성춘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임요환vs임성춘의 경기도 있었고 성춘형님이 이기길래 그 화제의 선수가 '임성춘'이구나 라고 인식했던 것 같다.
다만 그 뒤에 인지도가 급상승한 건 아쉽게도 '임요환'이었고..ㅋㅋ그렇지만 여전히 나에겐 임성춘=초창기 강력한 토스의 상징이었기에 나중에 해설로 데뷔했을 때도 크레지오 때를 떠올리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방토스.. 쾌남 임성춘 형님.. 쾌차하시길
두서없이 막 쓰다보니 일기의 목적이 뭔지 까먹었다
대신 스타에 관해 잊고있었던 기억들이 마구 떠오르는데 나중에 한번 정리할 겸 시리즈로 써놔야겠다. 언젠가 다른 일기에서 나에게 스타는 '99~00년대 초중반을 기억하는 고구마줄기' 라고 쓴 적이 있다.
스타 자체도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한 게임이지만 스타를 열심히 하고 재밌게 봤던 만큼 스타를 떠올리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줄 따라 끌려올라오는 기억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살면서 처음으로 PC방이란 곳을 갔던 날의 기억.. (그날 그 PC방 회원가입하면서 아무생각 없이 설정했던 비밀번호 4자리 숫자가 이십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라인에서 쓰는 내 모든 비밀번호의 원형이 됨)
수능치고 바로 달려갔던 PC방.. 친구들과 밤새도록 내달렸던 아이스헌터..
나랑 썸탔던 여학우-_-*가 즐겨했던 저그..
훈련소에서 자기가 임요환이랑 같이 게임했다던 동기.. 자대에서는 임요환을 꺾어봤다는 후임이 들어오기도..
대학 축제때 초빙된 프로게이머들과 내가 싸인받았던 슈마go 이재훈 선수..
내가 가입했던 유명인 팬카페 3호 임요환의 드랍쉽과 4호 전용준 캐스터 카페..(1호는 TTL소녀로 유명했던 임은경 배우..ㅋㅋ2호는 가수 임창정씨였던 거 같은데 정확하진 않음)
인터넷 커뮤니티가 대폭발했던 전설의 임진록 삼연벙 그 날..
동아리 사람들과 공연 마치고 뒷풀이 갔던 숯불갈비집 TV로 나오던 마읍읍의 경기..
알바하던 곳 사장님이랑 스타얘기하다가 말나온 김에 함 붙자고 하셔서 PC방 갔는데 내가 압도적으로 이겨버려서 사장님 삐지신 기억..
친구 생일 때 뭐 사줄까 하다가 마침 리마스터 발매랑 겹치길래 예약구매로 선물해주면서 시작된 대결의 나날들..
아마 창고에 있는 일기를 꺼내보면 스타관련된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고 첫PC방 회원카드라든가 당시 신문기사 스크랩 같은 유물들도 나올 것이다.
뜬금없이 옛날 회상하다보니 재밌긴 한데 벌써 시간이..
임성춘 형님도 친구 어머님도.. 암을 꼭 극복하고 완전히 다시 건강해지실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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