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2024. 11. 11. 03:55소소한 잡담

자려고 준비하려는데 갑자기 코피가 터졌다.

잠깐 좀 나다가 말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막고 있었는데 좀처럼 멈추질 않아 좀 당황했고 이런 경우가 잘 없어서 화장실에서 콧등을 꽉 누르고 지혈하면서 이러다 119불러야되는거 아닌가 걱정이 들정도였다. 다행히 한참만에 코피가 멈추었고 코에 휴지를 꽂은채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하던중 써보는 일기.

 

사실 최근 두어달 좀 무리한 감이 있다. 물론 예전엔 지금보다 훨씬 더 빡세게 일하고 다녔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때의 젊은 내가 아니기에.. 몸이 늙어감을 요새 절실히 체감한다. 그래도 나이를 먹는게 차라리 나 혼자였다면 좋으련마는..

 

그저께 토요일 오후.. 약속한 듯이 친구 셋과 연달아 통화를 하였다

 

처음에 전화가 온 친구는 어머님 고관절이 안좋아서 수술을 앞두고 계신데 그 사이 통증때문에 병원가려고 모시러 가는 길이었다. 이 친구는 또 아버님이 3년전 쓰러지셔서 병원에 누워계신지도 벌써 3년..

 

두번째 친구도 작년에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어머님마저 간병하느라 건강이 안좋아지셨는지 눈 수술을 받으셨다고.. 부모님 뵙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

 

세번째 후배는 다른 일로 연락했다가 엊그제 어머님이 혈액암 판정을 받으셨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얼마전에 부모님 모시고 여행다녀온다고 들떠있던 녀석이었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유독 작년 올해.. 시간과 건강.. 그리고 죽음에 관한 생각을 자주, 그리고 깊이 하게 된다

 

짧은 사이 친척과 지인, 지인의 부모님들께서 병이나 사고로 연달아 떠났고 우리 부모님께서도 하루하루 나이드시는게 확연하게 보이는 거 같아 늘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인지 꿈에도 가족들이 자주 나오고 며칠전엔 친척 한분이 돌아가시는 꿈을 꿔서 싱숭생숭하다. 사람은 왜 아프고 늙어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없다. 친구의 말처럼 누구나 겪어야하는 일이고 어떻게 잘 받아들여야할 지를 고민해야하는 것이기에.

 

나도 이제 나이를 꽤 먹었고 언제 갑자기 훅 갈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내 동기 중에도, 나보다 어린 후배중에도 급작스럽게 떠난 친구들이 있기에..

 

다만 한번씩 하는 생각인데 만약 내 앞에 내 남은 시간과 건강을 부모님께 나눠드리고 난 그저 뿅! 하고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버튼이 있다면 정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누를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

 

자꾸 잡념이 떠올라 글을 쓰다보니 하염없이 길어지고 벌써 새벽 네시네

코피때문인지 머리가 좀 띵하다

얼른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