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1. 21:51ㆍ소소한 잡담
교황님께서 선종하셨다는 뉴스에 잠시 옛 기억을 더듬어본다
사실 마지막 미사참석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냉담이 길어지면서 지금은 멀리와버렸지만 2014년 당시만해도 열정적으로 성당을 나가고 청년단체나 소모임에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많이 했었기에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해미성지로 가서 교황님을 뵙고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게 벌써 10년전이라니..
교황님이 우리를 지나쳐가실때 사진을 몇장 찍었는데 우연히도 내 옆쪽에 어떤 아버지가 아기를 높이 들어올린 모습이 찍혀있는 걸 나중에 발견했고 그와중에 눈감고 잠들어있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당시를 회상할때면 가장 먼저 머리속에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 아기도 지금은 초등학교 5,6학년쯤되었을텐데..
글을 쓰다가 한참동안 키보드에 손을 얹은채 생각에 잠겨버렸다
코스모스 가득했던 흐린날의 해미읍성
하나같이 설레고 밝았던 사람들의 표정
우리 앞을 지나던 교황님과 나중에 한번 더 지나는 차량행렬을 기다리며 찍었던 영상
성당사람들과 한군데 더 들렀던 성지에서 조용히 기도하던 어느 후배
바닷가에서 물수제비를 던지며 즐거워했던 기억
참석 후기를 재밌게 읽었는데 이듬해 가을 세상을 떠났던 후배의 얼굴도 떠오르고
돌아오는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바라보던 버스 안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심지어 옆의 친구가 줬던 과자가 이름은 생각안나지만 참 맛있었던 것 까지
매일매일이 그런 날만 같았으면 어땠을까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는 건 별로 없지만 온화한 분이셨고 개인적으로는 포용과 자비에 대해 강조하셨던걸로 기억한다
당시에 받았던 울림들이 떠오를 듯 말 듯 가물가물하다
나름 진지하게 마음의 양식을 갈구하던 그때의 젊었던 나는
식어버린 모닥불자리처럼 재만 남은 느낌이다
언젠가 수도원 피정을 갔을 때 수사님께서 천천히 달구어지더라도 오랫동안 뜨거운 사람이 되라고 하셨는데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것 같던 많은 것들이 변해버리고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나는
난..
기억은 멈추어있는데 앞으로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사그라들어버렸네
내가 다시 미사에 참석하고 마음에 온기가 돌아오는 날이 있을런진 모르겠지만
10년 전의 나를 돌아보게 해주심에 감사드리고
잠깐 스쳐갔던 그 찰나의 만남이 언젠가 다시 떠올라 내 마음에 불씨를 당겨주시길..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주님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혼이 주님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하소서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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