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아파트와 냇가 꿈

2025. 3. 26. 23:29꿈이야기

저녁에 너무 피곤해서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꾸었던 꿈 하나

 

8,90년대에 지어졌을 법한 낡은 아파트(엘리베이터조차 없는) 1층입구로 들어서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어떤 물건을 좀 옮겨달라고 부탁해서 양손에 들고 두어번 날라다 드렸다. 그 물건이란게 정확히 뭐였는지는 기억나진 않는데 그리 크진 않았고 연한 황토색에 살짝 무게감이 있긴했다

 

이정도면 되었겠지 하고 다시 건물안으로 들어가는데 계단으로 젊은 부부가 내려오면서 '옮기는 거 도와주면 김치 한포기 준다'라는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아주머니가 커다란 빨간 고무다라이에다 김치를 버무리고 있었고 물건 날라준 사람들에게 김치를 한봉지씩 담아서 주었다. 난 받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있는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엄청 넓고 길쭉한 공간이 나타났고 수십명의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책과잡지가 잔뜩 쌓여있는 책장이 있길래 가서 뒤적거리는데 카메라 필름재질과 비슷한 검은색 책갈피하나가 툭 떨어졌다. 주워서 대충 아무책에나 꽂았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그 책갈피를 자기 주면 안되냐고 했다

 

아 드릴게요 하고 그 책을 다시 꺼냈는데 아무리 찾아도 책갈피가 보이질 않았다. 내가 헷갈렸나 싶어서 다른 책 몇권을 꺼내어 찾아봤지만 역시나 보이질 않았고 옆에서 보던 그 사람은 내가 주기 싫어서 연기하는 거라 생각했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런거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 뭐 없는걸 줄 수도 없고.. 그냥 내버려둔채 안쪽으로 이동해서는 한 은퇴한 야구선수를 만나 그 사람의 현역시절 이야기를 잠시 들어주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어쩌고 클레이튼 커쇼가 어쩌고 했었는데 분명한 건 그 야구선수가 류현진은 아니었다..ㅋ

 

어느 순간 내가 서있는 곳이 아파트 안에서 얕게 물이 흐르는 냇가로 바뀌었다. 경치를 구경하며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옆에선 젊은 남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체험같은 걸 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잠깐 대화를 나누었는고 물고기를 종류별로 채집하는 중이라는데 아이들이 일부러 성과를 올리려고 물고기가 아니라 낚시할 때 쓰는 유리 재질의 가짜미끼(에기?라고 하나)를 주워다 채집통에 넣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웃으며 애들이 장난기가 많네요 하고 지켜보는데 한 아이기 수문쪽 아주 얕은 물에 화려한 색상의 가짜미끼 두마리를 1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꽂아두는 것이었다. 저건 뭐하는거냐고 물으니까 선생님이 저렇게 꽃아두면 이따가 물이 차오르면 물고기들이 먹이인줄 알고 몰려든다.. 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경치를 구경하며 물가를 거니다가 친구랑 마주쳤다. 되게 잘 차려입었길래 어디 가냐고 했더니 자기가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놔서 매칭 연락이 오면 바로 나가서 만나보는 중이라고했다. 잠깐 대화를 나누고 멀어지는 그 친구의 뒷모습이 너무 힘없고 쓸쓸해보여서 뭔가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이때 딱 잠에서 깼는데 그 짠한 마음이 몇분간 지속이 되었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ㅋ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