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8. 13:38ㆍ꿈이야기
오후 출근전에 시간이 남는김에 예전의 시리즈(?)를 이어서 써보는 꿈 이야기
요즘 가족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한다. 부모님과 형네 가족.. 그리고 부모님이 편찮으신 친구네 가족 등등..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거지만 가족이 최고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족들도 여럿 봤지만 우리 가족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챙기고.. 부모에겐 자식이 최고이고 자식도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점점 이해하고 닮아가는 과정에 있구나 하는걸 깨닫는다.
가장 슬펐던 꿈들도 꼽자니 대부분 가족에 대한 꿈이네. 슬펐던 만큼 잊혀지지 않는 꿈들..
1.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에 난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중이었다. 혹한기 치고는 조금 늦은 2월이어서 그 전 해의 혹한기때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추웠던 기억이 난다.
둘째날이었던가 갑자기 대구에 연고가 있는 인원들을 다 모이라고 하더니 대구에 큰 불이 났다면서 간부들 폰으로 집에 안부전화를 드리라는 것이었다. 속으로 얼마나 큰 불이 났길래 그러나 의아해하면서 중대장님 폰으로 집에 전화를 하니까 어머니가 받으셨다. 우리 가족이랑 친척들은 괜찮은데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다고 안타까워하셨던 기억이 난다
1호차 운전병이 막사에 다녀오면서 신문을 여러부 가져왔는데 경계근무를 마치고 지휘텐트에서 몸을 녹이며 보니까 시간순서대로 사상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세자리수를 넘어갔다는 기사를 봤을 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참사였구나 싶었다
혹한기가 끝나고 그 다음주에 휴가를 나왔다. 약속이 있어서 동성로에 갔다가 사고가 난 중앙로역을 가보았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걸로 기억한다(나중에 들어가본건지 헷갈림) 그리고 아직 가시지 않은 화재현장의 냄새.. 추모기도를 드리고 와서 며칠 후 부대로 복귀를 했는데 그날 밤 꿈을 꾸었다
당시 우리집이 범어네거리 뒷편 주택가에 세들어 살고 있었는데 꿈에서 휴가를 마치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버스를 타고 법원-동대구역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서 돌아보니 우리집 부근이 완전히 초토화되어 거대한 검은 연기구름이 뿜어져 솟구치고 있었다.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며 버스에서 뛰어내렸는데 또 한번.. 이번엔 더 크게 폭발이 일어나는걸보고 그대로 멈춰버린채 망연자실해서 펑펑 우는 꿈.. 그때 심장이 미친듯이 뛰면서 잠에서 깼는데 눈물이 비오듯 줄줄 흐르고 있었고 입으로도 엉엉소리를 내면서 울고 있었다. 살면서 그렇게 슬픈 꿈은 다시 없었던 거 같다. 가족을 잃는다는 것...
그 전에도 대형참사가 많았고 이후로도 끊이질 않는데 꿈조차 트라우마처럼 박혀서 잊혀지질 않는데 실제로 가족이나 아는 누군가가 희생된다면 그 슬픔과 억울함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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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 10여년 정도 된 것 같은 꿈 하나
당시에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그 무렵해서 장례식 다녀올 일이 자주 있었다. 친구들의 부모님들께서 많이 돌아가셨고 나도 큰아버지와 고모, 그리고 대학 후배등등 주변 사람들을 많이 떠나보낸 시기였다. 거기에 더해 나도 몸이 많이 안좋아서 비몽사몽 헤매다가 정신차려보면 2,3일이 지나있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부모님이셨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오셔서 놀라기도 했고 낮에 그렇게 누워자고 있는게 좀 민망해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엎드린채로 어쩐일이시냐고 물었는데 두분이 아무말 없이 옆에 앉더니 노란 봉투 하나를 내미셨다
첨엔 의아해서 음? 뭐지 하고 잠깐 생각했는데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슬퍼하고 계신다는게 느껴졌고 순간 갑자기 형이 떠올라서 형에게 무슨 일이 있는건가 하는 마음에 덜컥 겁이 났다.
무슨일이냐고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여전히 바닥에 자석처럼 달라붙은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간 너무 화가나서 '놓으라고 이 개xx야'하고 소리치며 이를 바드득바드득 갈면서 몸부림쳤고 형한테 가야된다고 미친듯이 소리지르다가 잠에서 깼다.
깬 뒤에 꿈인 줄 알고 안도했지만 그 감정이 가시질 않아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형한테 전화했을 땐 별일없어서 그제서야 안심을 했고 형에게 꿈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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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7살인가 8살쯤 되었을 때 어느날 자고 있는데 어렴풋이 기척이 느껴져서 눈을 떠보니 어머니께서 옆에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고 계셨다. 내가 왜그러냐고 여쭤보자 '아냐 더 자' 라고 하셔서 다시 잠들었는데 나중에 이야기하시기를 그날 밤에 어머니 꿈에서 내가 집근처 논두렁 위를 울면서 뛰어가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놀라서 깨자마자 우리 방에 오셔서 확인하고 가신거라고..그땐 '아 그게 뭐야!' 하고 외쳤었지만ㅋㅋ
그 마음을 이제는 나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언젠간 이별의 순간은 오겠지만, 그리고 내가 먼저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가족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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